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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명가의 오랜 벗, 황의만 변리사
  글쓴이 : 바람돌이     날짜 : 09-07-20 20:57     조회 : 8333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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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에디슨의 장례식날 밤 10시, 미국 전역의 가로등이 2분 동안 꺼졌습니다. 전구를 개발한 위대한 발명가의 죽음을 애도한 것이죠. 우리나라에도 이런 발명가, 이런 발명 문화가 피어나길 기대합니다.”

지난 30여 년간 특허와 상표 등록을 천직으로 삼아온 만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 황의만 대표변리사(63)는 업계의 입지전적 인물. 경기도 파주 출신으로 한국전쟁 때 아버지를, 초등학교 때 어머니마저 여읜 황씨는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꿋꿋이 공부해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1979년 변리사가 돼 국제변리사연맹 한국협회장을 역임했다.

◆발명이야기

황씨는 발명이야기를 좋아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발명이야기는 그야말로 휴먼 드라마입니다. 아주 아름답죠.” 그가 먼저 꺼낸 이야기는 삼각팬티 발명 에피소드. 1952년 50대의 일본 할머니 사쿠라이가 애지중지하는 손자를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긴 반바지 같은 팬티 밖에 없어 손자가 불편해했거든요. 손자를 사랑한 덕에 할머니는 억만장자가 됐어요.” 이어 종이컵 이야기가 나왔다. “1907년 하버드 대학 초년생 휴그 무어가 생수 자판기를 만든 형을 위해 발명한 거예요. 당시 자판기는 비치된 유리잔에 따라 마셔야 해서 잘 깨지고 비위생적이었죠. 결국 망해가던 형의 자판기 사업도 살렸어요. 형제애가 백만장자를 만들었죠.”

황씨는 청바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며 말을 이었다. “청바지는 193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천막 장사를 하던 리바이 스트라우스의 발명품이에요.” 녹색으로 염색해야 할 군납용 천막을 푸른색으로 잘못해 엄청난 빚을 지게 된 스트라우스. 어느 날 양복바지를 꿰매고 있는 광부의 모습을 보고 질긴 작업복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창고에 쌓인 푸른 천막 천을 바지로 만들었다고 한다. “실수해도 정신만 차리면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죠. 사연 없는 발명은 없습니다. 발명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발명가의 적(敵)은 변리사?

고생 끝에 발명품을 만들어 찾아온 발명가들을 대하다 보면 종종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진다. 일부 개인 발명가 중엔 자신의 발명품이 가장 획기적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힌 나머지 ‘혹시 변리사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쳐 먼저 특허 등록을 해버리지 않을까?’하고 의심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지 않다는 것. 그럴 때마다 황씨는 “본인 발명에나 더 매진하시오”라고 일갈(一喝)한다고 한다.

황씨는 “변리사는 발명가의 특허 획득을 위해 가장 힘쓰는 사람”이라며 “보안 유지는 변리사의 가장 기초적인 윤리사항”임을 강조했다. 발명가들의 작품은 도면 설명이나 청구 범위 등을 상세히 기재한 명세서가 있어야 특허의 기초 요건을 갖출 수 있다. 발명가 혼자 특허 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이 늘었지만, 서류상의 흠결 때문에 상대로부터 교묘하게 권리침해를 받는 사례 역시 많아 안타깝다고 한다.

발명품이 유망해 보일 때 일부 법무법인에서 발명가에게 동업을 제의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허로 등록되고 나면 발명가에게 한국발명진흥회를 찾아가라고 권합니다. 실용화에 따른 장점이 크면 자금을 지원해줍니다. 가장 공신력 있고 분쟁 가능성이 낮은 곳이죠.”

◆회사의 발명인가, 개인의 발명인가?

회사에서 사원이 발명에 성공했을 때 이 특허는 회사의 것인가, 사원의 것인가? 수년 전 삼성전자 휴대폰 ‘애니콜’의 문자 입력 방식인 ‘천지인’이 개발된 후 이를 발명한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 사건이 있었다. 결국 회사 측이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 사건은 직무 관련 발명에 대한 관심과 논란을 불러왔다.

황씨는 직원의 발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는 직무발명보상제도의 정착을 위해 이미 90년대 초부터 당시 차수명 특허청장과 전국을 누볐다. 국제 특허 및 상표 등록 업무 차 해외에 자주 다니면서, 부존자원이 부족한 조국의 살 길은 오로지 기술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것. “선진국은 직무발명보상제도가 잘 확립돼 있어 직원들의 동기 유발이 잘 됩니다. 1500억 달러에 이르는 기술 무역 수익의 90%를 미국, EU, 일본이 독식하고 있죠. 작년 우리나라가 사들인 외국기술이 수출한 우리 기술보다 29억 달러(약 3조 7천억원)나 많습니다. OECD 국가 중 늘 최하위권이죠. 기술이 부족하고 지적재산 관리가 부족해 해외에 거액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근 20년 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왔지만 해가 갈수록 적자액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논쟁

인터뷰 중 키 185cm의 훤칠한 사내가 들어왔다. 장남 황성필(30) 변리사였다. 그의 주 업무 분야는 콘텐츠 비즈니스(contents business). “가령 과거엔 ‘조선일보’라는 종이신문만 존재했다면 요샌 ‘조선닷컴’, 동영상, 블로그, 웹진, 모바일 등 다양한 콘텐츠가 구축됐죠. 온라인 세상에 접목시킬 지적재산권이 필요합니다. ‘남규리’, ‘김하늘’ 등 스타들의 이름까지도 상표로 만들어 보호하는 게 제 일이죠.”

순간 옆에서 듣고 있던 아버지 변리사의 표정이 근심스럽게 변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뀐다 해도 콘텐츠 산업은 부침이 심할 거예요. 나는 아들이 제조회사에서 연구가 · 발명가들과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한집에서도 이처럼 산업 세대 변리사와 정보화 세대 변리사 간의 논쟁이 종종 벌어진다고 한다. 부자(父子) 변리사의 논쟁은 변리사의 업무 범위가 시대 변화에 따라 크게 확대되었음을 의미했다. 농담 섞인 공방이 이어지다 아버지 변리사가 껄껄 웃으며 정리했다.

“빌게이츠가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건 지적재산권’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오늘날 지적재산권은 중요성과 범위는 커졌습니다. 그간 변리사로서 많은 영광을 누려왔지만 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아들이 있어 직업인으로서나 아버지로서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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