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60만 원을 입금하고 나니 하루 만에 쇼핑몰이 사라져 답답했어요"
예비신랑인 김 모(24)씨는 두 달 전 일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한다. 지난 2월 14일 유명 쇼핑몰 사이트에 링크된 쇼핑몰 사이트에 들어간 것이 화근의 시작이었다.
김씨는 "시중에서 2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LCD TV가 이 쇼핑몰에서는 160만 원에 판매하고 있어 주문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른 쇼핑몰 사이트보다도 5% 정도 싸게 팔고 있는데다, 쇼핑몰 주인과 통화도 해본지라 별다른 걱정없이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예금계좌에 현금 160만 원을 입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사이트는 돈을 입금한 다음날 사라졌고 김씨는 돈을 돌려받지도 못하게 됐다.
겨우 사이트 운영자와 연락이 됐지만 사이트 운영자는 "찾을 테면 찾아봐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김씨처럼 '유령 쇼핑몰'에서 가전제품을 구입했다가 피해를 당한 사람만 최근 두 달 사이 156명.
또다른 피해자 김 모 신부는 고아원에 TV를 기증하려고 이 사이트를 찾았다가 현금 187만 원을 잃었고, 정 모 교사는 초등학교 시청각 교육을 위한 TV를 사려다 피해를 당했다.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노세호 경감)는 9일 결혼과 이사철을 맞아 이처럼 유령쇼핑몰을 차려놓고 2억 3천여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박 모(26)씨를 구속하고 백 모(24)씨를 쫓고 있다.
경찰수사결과 박씨 등은 다른 사람 명의로 쇼핑몰을 개설해놓고, 돈을 받는 즉시 사이트를 폐쇄하고 다시 다른 사이트를 여는 수법으로 9개의 유령 쇼핑몰을 운영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박씨는 "쇼핑몰에서 50-60% 할인한다고 하면 사기라고 생각하지만, 15-20% 싸게 물건을 판다고 광고를 하니까 많은 사람이 가전제품을 사겠다고 연락이 왔다"라며, "이들로부터 받은 돈은 생활비와 유흥비로 썼다"고 자백했다.
노세호 사이버 수사대장은 "쇼핑몰에서 거래를 할 때 사업자 정보나 연락처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이며, 특히 현금결제를 유도한다든지, 게시판에 소비자 불만이 전혀 없으면 한 번쯤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전CBS 정세영 기자 lotrash@c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