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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전 태블릿PC 만든 그들 ‘마케팅 접목중’
  글쓴이 : 바람돌이     날짜 : 11-01-16 20:51     조회 : 5221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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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태블릿PC 만든 그들 ‘마케팅 접목중’
‘정보기술의 고향’ 미 팰로앨토리서치센터 가보니
한겨레 구본권 기자기자블로그
제록스 산하시절 ‘남좋은 일’
상업화 못시킨 혁신기술
애플·MS가 사용 ‘돈방석’

“멀리 한국에서 우리 연구소를 취재하러 온 것은 처음이에요.”

» 제록스 팰로앨토리서치센터의 주요 개발 연혁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팰로앨토리서치센터(PARC). 온라인전략 매니저 소날 촉시는 지난 10일 이 곳을 찾은 기자를 맞아 연구소 곳곳을 친절하게 안내했다. 흔히 ‘파크’란 이름으로 불리는 이 연구소는 지난 1970년 세계적 프린팅업체인 제록스에 의해 설립된 이래, 정보기술 산업 역사에서 ‘최고의 혁신 산실’로 통한다. 모든 연구실에서 커다란 창을 통해 정원과 초원지대를 바라보거나 테라스로 곧장 나갈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민간 연구소’라는 명성에 걸맞게, 뛰어난 연구진에게 최고의 연구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건축적 배려다.

■ 아이패드보다 19년 앞서 태블릿피시 개발 가장 먼저 안내된 곳은 개인용 컴퓨터(PC)의 효시로 불리는 ‘앨토’가 사용설명서와 함께 옛 모습 그대로 놓여있는 방이었다. 앨토는 파크가 1973년 개발한 피시로, 그래픽 사용자환경(GUI)을 처음 적용해 제품화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돈을 번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피시는 1984년 아이비엠(IBM)이, 그래픽 사용자환경은 1980년대 초반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와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가 상업화에 성공했다. 지난 1979년 스티브 잡스가 이 곳을 방문해 앨토의 그래픽 사용자환경을 접한 건 매킨토시의 탄생 배경으로 알려져 있다. 1988년 애플이 엠에스를 상대로 매킨토시를 베꼈다고 소송을 걸었을 때, 엠에스가 “실은 우리 둘 다 제록스의 그래픽 사용자환경을 훔쳐다 쓴 거 아니냐”고 반박한 건 유명한 일화다.

다른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니, 복도에는 1991년에 나온 태블릿피시 ‘파크패드’가 전시돼 있었다. 파크패드는 제록스가 애플의 아이패드보다 19년이나 앞서 미래의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 연구를 위해 만들어 연구소 안에서 사용했는데, 끝내 상품화되지는 못했다. 이밖에도 레이저프린팅, 유비쿼터스 컴퓨팅, 분산컴퓨팅, 상용 마우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피디에이(PDA) 등 오늘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대부분의 정보기술 제품의 고향은 바로 이 곳이다. 고작 한 민간기업 부설연구소에 불과한 곳에서 핵심 기술들이 죄다 개발됐다는 게 경이스럽지만, 다른 한편으로 레이저프린팅을 빼고는 아무 것도 상업화에 성공하지 못한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과연 제록스 파크는 성공한 것인가? 아니면 ‘남 좋은 일’만 시킨 채 실패하고 만 것인가?

연구전문 회사로 독립선언
기업들과 공동연구 수행
마케팅 요소도 본격도입

■ 실패에 관용적 문화가 혁신의 원동력 궁금증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파크에서 21년째 일하고 있는 사업개발 디렉터 제니퍼 언스트는 “그같은 실패에도 파크가 계속 유지돼왔다는 점도 함께 봐달라”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사실 파크의 상업화 마인드 부족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파크는 오래전 애플이 그래픽 사용자환경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냈다가 기각당한 적이 있는데, 기각 사유는 바로 소유권 주장이 너무 늦었다는 점이었다. 다음달 파크를 퇴임하는 마크 번스타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미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제록스는 당시 한낱 컴퓨터회사로 변신하는 걸 매력적이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미래 업무환경의 변화’ 전반을 탐구해온 제록스로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서도 정작 컴퓨터의 범용화가 불러올 디지털 시대의 출현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파크 역시 변신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02년 제록스 부설연구소에서 별도의 연구전문 회사로 탈바꿈한 것을 계기로, 무엇보다 기술의 상업화 등 마케팅 요소를 본격 도입했다. 이후 파크는 바이오메디컬, 클린테크 등으로 연구영역을 넓힌 데 이어 외부 민간 기업들과도 적극적으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는 내용중심 네트워크(content centric network) 위주의 미래 인터넷을 공동연구하고 있고, 잉크테크와는 기존의 반도체 기술을 대체할 인쇄전자(printed electronics) 기술을 개발 중이다.

“파크에서 숱한 혁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는 물음에, 언스트 디렉터는 주저없이 3가지를 꼽았다. 그는 “다양한 영역의 연구자들이 모여 통합적 연구를 하는 ‘학제간 연구’, 3~7명의 작은 팀 단위로 진행되는 공동연구가 특징”이라며 “특히 초기의 잇단 실패를 견뎌낼 수 있는, 실패에 관용적인 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설 연구소에서 독립 연구소로 변신해오면서도 파크를 혁신의 대명사로 지탱해온 원동력이었다. 팰로앨토(미국 캘리포니아)/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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